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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제목
    사회적 성과를 반영한 신용평가시스템
  • 등록일
    2018.09.04
  • 조회수
    1503

사람에게 평판이 중요하듯 기업도 시장에서의 평판이 중요하다. 신뢰할 수 없는 기업에 투자하는것은 형태만 다를 뿐, 일종의 도박이다. 위험회피 성향을 갖는 참여자들이 다수를 이루는 자본시장은 기업의 ‘평판’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을 발전시켜왔다.

기업의 재무제표가 그 예이다. 일반회계기준(GAAP)에 따라 작성된 기업의 재무제표가 독립성을 확보한 전문 감사인의 감사절차를 거쳐 공표 되면, 다양한 정보이용자들이 기업의 경제적 성과와 재무적 상태를 확인해볼 수 있다. 물론 그 정보를 어떤 용도로 어느 정도나 활용할지는 여전히 정보 이용자의 몫이지만, 재무제표가 재무적 관점에서 기업의 ‘평판’을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인 것은 분명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장에 공표된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좀 더 특화된 방식으로 기업의 ‘평판’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 바로 신용평가시스템이다. 신용평가시스템은 주로 기업의 미래에 초점을 맞춘다. 정교한 통계 분석을 통해 추정된 기업의 부도율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신용평가시스템이며, Standard & Poor’s나 Moody’s와 같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신용평가기관이 시장 참가자들을 대신하여 기업의 ‘신용’을 평가한다.

사회적 기업 역시 평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오히려 ‘착한 기업’이어야 한다는 시장의 인식때문에 일반 기업들보다 평판에 더 민감하다. 일반 기업은 일정 기간 창출해낸 경제적 성과에 대해 평가를 받는 반면, 사회적 기업은 경제적 성과와 더불어 사회적 성과에 대해서도 평가를 받게 된다. ‘착한’ 사회적 기업은 영리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는 일도 동시에 고민해야만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긍정적 평가에는 흔히 보상이 따르는 법이다. 경제적 성과가 좋은 기업일수록 현재와 미래에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본시장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미래에 동일한 현금흐름을 보이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기업에 대한 경제적 평가에 따라 투자자에 의해 요구되는 수익률이 다르기 때문에 기업의 가치도 다르게 평가받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회적 기업의 경우, 사회적 성과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 성과에 대해 사회적 기업이 시장으로부터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단지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측정된 결과값이 실제로 시장에서의 보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자본시장에서 합의된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반 기업에 대해 채무상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부도 가능성에 따라 신용등급이 부여되면, 그 결과가 실제로 자본조달금리 산정에 반영이 되듯이,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한 다음 그 결과를 조달금리 산정에 반영하여 기업이 창출한 사회성과에 대해 자본시장에서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기업을 위한 신용평가시스템이 그것이다.

사회적기업 신용평가시스템의 핵심은 사회적 성과와 기업의 부도율 간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파악하여 사회적 성과가 반영된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일이다. 그러자면 사회적 성과가 높은 기업일수록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더불어 계약이행능력도 높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일이 선행 되어야 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사회적 기업의 대표와 임직원의 경우, 일반 기업의 구성원들보다 기업활동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는 점인데, 이러한 특성은 기업의 존속 및 계약이행에 관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사회적 성과가 높은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시장에서의 긍정적 인식 역시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사실도 신용평가시스템에 반영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성과에 대해 단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칭찬만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사회적 기업 입장에서도 단순히 기부금이나 지원금 형태의 보상이 아니고 자본시장에서의 공정한 평가를 통한 보상이 주어질 때, 시장 참여자로서의 위상 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더 큰 동기부여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